신돈 36회 <신돈> -36회 - #강안전의 안 공민왕:....... 경천흥:(소리) 전하. 중전마마를 폐하시옵소서 대신들의 복창하는 소리. 공민왕의 비웃음 같은 미소. #동. 뜰 부복한 관리들. 경천흥: 전하께옵서는 원의 세력을 몰아내고 고려의 사직을 반듯이 세우셨나이다. 전하께옵서는 원의 연호를 폐지하고, 원의 제도와 풍습을 폐지하고, 원에 바치던 조공을 폐지하고, 압록강 이남의 고려의 영토를 모두 수복하셨나이다. 그런 때에 유독 국모의 자리만을 그대로 두고 계시는 것은 어찌된 까닭이옵나이까 #동. 안 공민왕:...... 경천흥:(소리) 전하. 중전의 자리를 고려인으로 새로이 세우시옵소서 #동. 뜰 이제현: 이게 무슨 짓들인가 노해서 버럭 내지르는 이제현. 동요하는 관리들. 이제현: 모두 물러들 가시게 경천흥: 소인들은 죽기를 각오하고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이제현:(기막힌) 경천흥: 원이 고려를 침공한 이후 선대왕들께서는 모두 원의 공주들과 정략혼인을 하였습니다 이제현: 정략혼인이라니 경천흥: 선대왕들이 한결같이 원의 공주들을 왕비로 맞은 것이 어찌 고려 왕실의 뜻이었겠습니까 이제현: 지금의 중전마마께서는 다르시다는 걸 모르시는가. 누구보다 고려의 독립을 위해 애쓰신 중전마마가 아니신가 경천흥: 그걸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 허나 고려가 독립을 이루고도 원의 공주를 섬길 수는 없는 일이옵니다 (전각을 향해 엎드리며) 전하. 고려인을 왕비로 세우셔야 하옵나이다 “중전마마를 폐하시옵소서 전하”복창하는 관리들. 이제현:...... 신음하는 이제현. #곤성전의 안 가만히 차를 마시고 찻잔을 내려놓는 노국공주. 바라보는 신돈. 노국공주: 나를 폐하라? 안도치: 망극하옵나이다 마마 노국공주: 오랜만에 옳은 소리를 하고 있구나 안도치: 마마 노국공주:(신돈에게 웃으며) 고려인이라면 당연히 그리 주장을 하는 것이 옳지 않습니까 신돈:(싱긋) 안도치: 어찌 저들이 마마를 가리키는 것이겠사옵니까. 전민변정도감을 폐지하고 편조거사님을 내치려는 속셈이겠지요 노국공주:(신돈에게) 물러서시면 안됩니다 신돈:...... 노국공주: 전하께서도 이번엔 물러서지 않으실 것이니 나는 개의치마시고 하던 일을 계속 하셔야 합니다 신돈:...... 가만히 숙여 보이는 신돈. #영수전의 안 김원명: 심려치마시옵소서 대비마마. 신들이 어찌 전하를 배척하려는 것이겠나이까. 전하께서 한발짝만 물러나시면 수습이 될 일이옵나이다 명덕태후: 주상께서 중전을 내치시겠느냐 김원명: 전민변정도감을 폐지하라는 것은 명분에 밀리는 일이오나 원나라 황실과 맺은 정략 혼인을 파하자는 것은 훌륭한 명분이 아니옵니까 명덕태후:(신음) 김원명: 오늘은 정삼품 이하의 관리들만 사직서를 제출하였나이다. 하오나 내일은 정이품 대신들이 사직서를 올릴 것이옵니다 (웃으며) 그리되면 전하께옵서도 더는 명덕태후: 신중히 하시게. 만에 하나 주상께 누가 돌아가서는 안 될 것이야 김원명: 여부가 있겠사옵나이까 (굽히고 웃으며) 대비전에서 저희들을 후원하고 계시다는 것을 알고 모두 든든해하고 있습니다 명덕태후: 으음 김원명: 마마. 소인들을 믿어주시옵소서 웃으며 또 한번 허리를 굽히는 김원명. #강안전의 안 이제현:(숙이며) 전하를 뵈올 면목이 공민왕: 우정승대감 이제현: 예, 전하 공민왕:(웃으며) 내가 선대왕들의 시호를 바꿔봤습니다 종이를 내민다. 최만생이 얼른 받아 이제현의 앞에 놔준다. 내려다보는 이제현. 공민왕: 충렬왕은 경효대왕으로, 충선왕은 선효대왕으로, 충숙왕은 의효대왕으로, 충혜왕은 헌효대왕으로, 충목왕은 현효대왕으로 바꿔보았습니다 이제현:....... 종이에 쓴 이름들을 보고 있다가 공민왕을 바라보는 이제현. 공민왕:(웃으며) 앞에 것은 모두 원이 내린 선대왕들의 시홉니다. 앞머리에 한결같이 충자를 붙였지요. 원에 충성을 바치라는 뜻이 아닙니까. 그래서 충자 붙은 시호를 다 버리고 뒤에 효자를 넣었습니다. 내가 선대왕들을 제대로 받들지 못했으니 이제부터 효도를 다하겠다는 뜻으로 경효, 선효 등으로 바꾼 겁니다. 어떻습니까, 내 생각이 이제현: 성은이 하해와 같나이다 공민왕: 우정승께서 종묘의 소목을 다시 정하고 시호를 고쳐서 추존하는 일을 맡아주셔야겠습니다 경천흥:(소리) 전하. 중전을 폐하신다는 왕명을 내려주시옵소서 대신들의 복창하는 소리. 이제현:(괴로워서 입을 떼려는데) 공민왕: 또 하나 부탁이 있습니다 우정승대감 이제현: 예, 전하 공민왕: 지금 대궐에 두 분 대비께서 계신데 한분을 고쳐 태후로 높일까 합니다. 헌데 제 모후이신 문예부의 대비를 태후로 올려야 할 것인지 아니면 내 형수되시는 덕녕부의 대비를 태후로 높여야 하는지 이제현: 당연히 전하의 모후되시는 문예부의 대비마마를 태후로 높이시는 것이 공민왕:(얼른) 고맙습니다 우정승대감. 그리 말씀을 해주시니 내가 어마마마께 면목이 서겠습니다 웃는 공민왕. 가만히 눈치보는 이제현. 공민왕: 모처럼 들어오셨는데 차 한잔 하시겠습니까 이제현: 아니옵니다. 소신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일어나는 이제현. 허리 굽힌다. 공민왕: 밖의 일은 개의치 마세요. 젊은 관리들이 혈기가 넘쳐서 저러는 것이니 웃는 공민왕. #동. 복도 이제현, 나온다. 굽히는 이환관. 방문이 닫힌다. 이제현:......... 가만히 한숨 내쉬고 돌아서는데, 노국공주:(소리) 참으로 가상한 일이 아닙니까 #동. 뜰 부복한 경천흥과 관리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노국공주. 옆에 서있는 신돈. 노국공주: 예. 원과의 인연을 끊으려면 다 끊어야지요. 국모의 자리에 나 같은 원의 여자가 앉아있어서야 말이나 되는 소립니까 흠칫하는 관리들. 노국공주: 예, 참으로 가상한 일입니다. 자칫 잘못하다간 국왕의 눈밖에 나서 패가망신을 할 지도 모르고 경우에 따라선 목숨을 잃을 지도 모르는데도 중전을 폐하라고 간언을 드리는 그 패기와 용기에 경탄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경천흥을 비롯한 관리들을 둘러보는 노국공주. 노국공주:(문득 싱긋 웃으며) 허나 이상한 일이 아닙니까. 이만한 패기와 용기면 진즉에 원의 지배를 물리치고도 남았을 터인데, 팔십 년이나 넘게 원나라로부터 온갖 수모와 굴욕을 당하며 참고 살아왔다니 말입니다 신돈:(미소) 노국공주: 나를 가리켜 몽골의 공주라고 했습니까 경천흥:(흠칫) 노국공주: 몽골의 공주를 모시고 사는 것이 그렇게 수치스럽습니까 경천흥:(신음) 노국공주: 내가 중전의 자리에서 물러나야 그 수치심이 다 사라진다고 하면 물러나겠습니다 전각으로 가는 노국공주. 따르는 신돈. 전각 앞에 이제현이 서있다. 노국공주와 마주치자 황급히 허리를 굽힌다. 노국공주: 노정승께서 고생이 많으십니다 이제현:...... 몸둘바를 모르는 이제현. 노국공주와 신돈, 안으로 들어간다. 이제현:........ 경천흥을 노려본다. 그 시선을 피하는 경천흥. 이제현:(버럭) 물러들 가시게. 부끄러운 줄을 알아야지 서로들 눈치를 보더니 슬금슬금 일어나서 도망치듯 흩어지기 시작하는 관리들. 그래도 버티고 앉은 경천흥. 이제현:..... 딱하다는 듯 혀를 차는 이제현. #동. 안 공민왕: 참으로 여장부십니다. 저들이 중전 한 사람을 당하지 못하니 노국공주: 전하 (정색하고 보고 있다) 공민왕:.....(웃음이 사라지는) 노국공주: 한줌도 안 되는 몽골의 군사들이 중원을 차지한 힘이 어디서 나온 것인지 아십니까? 공민왕:....... 노국공주: 몽골인들은 오랫동안 나라도 없이 사막을 떠돌던 유목민이었습니다. 너도 나도 쫓기는 신세니 귀족과 천민이 따로 있었겠습니까. 모두 한 덩어리가 되어 살기 위해 적과 싸웠습니다. 또한 적을 섬멸하고 성을 차지하고 나면 전리품을 똑같이 나눴습니다. 공민왕:...... 노국공주: 한줌도 안 되는 몽골인들이 중원을 차지했습니다. 고려인이라고 못할 것이 무엇입니까. 귀족과 천민의 힘을 한 덩어리로 모은다면 원나라로부터 당한 치욕을 다 씻어버리고 중원을 차지하고도 남을 것이옵니다. 전하, 신첩은 버리셔도 편조는 버리시면 안 됩니다. 전하의 신하들을 다 잃으시는 한이 있어도 전민변정도감을 반듯이 세워 백성들의 마음을 얻으셔야 합니다 공민왕: 내가 이미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나는 중전도 편조도 잃지 않을 겁니다 힘차게 노국공주의 손을 잡는 공민왕. #동. 복도 신돈:..... 감격의 -. #대궐의 길 김용: 못마땅해서 흘켜보는 김용. 김용: 그렇게 힘없이 물러나면 어떡하나 경천흥:(신음) 김용: 오히려 편조에게 힘을 실어준 꼴이 아닌가 경천흥: 우리 힘으론 안 되겠습니다. 조정의 중신들이 나서주셔야...... 김용:(김원명을 보더니) 그러게 내가 뭐랬나. 편조만 물고 늘어지라고 하질 않았나 김원명: 전하께서 아끼시는 중전이니 폐비 운운하고 나서면 전하께서 꺾이실 줄 알았습니다 김용: 전하와 중전과 편조가 한통속일세 김원명: 우정승대감이 문젭니다. 우정승께서 전하의 눈치만 보고 계시니 #도첨의사사. 회의실 염제신: 원 생각없는 사람들 같으니라구. 어쩌자고 중궁전을 들먹여서 전하의 심기를 건드려 이제현: 으음 염제신:(슬며시 눈치보더니) 우정승대감. 앞으로 전하께서 어떻게 나오실 거 같습니까 정세운: 더욱 강경해지시겠지요 염제신: 어허. 그럼 김용이 큰일이 아닌가. 이제현: 어디 안성군 뿐이겠습니까. 우리도 한번쯤은 전민변정도감에 불려갈 각오를 해야할 겁니다 염제신: 설마하니 우정승대감까지 부르겠습니까 이제현: 나는 각오가 돼있습니다 염제신: 어허, 안 될 말이지요. 우정승께서 노비의 자식에게 끌려가 수모를 당하면 나라 꼴이 뭐가 되는 겁니까 정세운:(비꼬듯 염제신에게) 우정승께서야 무슨 걱정이 계시겠습니까. 청렴결백한 분이시니 염제신:(찔려서) 일이 그렇질 않으이. 막말로 털어서 먼지 안날 사람이 어디 있겠나 #강안전의 안 마주 앉은 공민왕과 신돈. 신돈: 괜찮으시겠습니까 공민왕: 괜찮대도 그런다 신돈: 안성군은 전하의 수족 중의 수족이옵나이다 공민왕: 연경에서 김용에게 진 빚은 조일신의 난 때 이미 다 갚았네 신돈: 전하께서 도중에 발을 빼시면 소인은 꼼짝없이 죽임을 당할 것이옵니다 공민왕:....... 신돈:(웃으며) 소인이 저들의 모함을 받아 죽는 것은 두렵지 않으나 전하께서도 두고두고 저들의 눈치를 보고 사셔야 할 것이옵니다 공민왕: 어디까지냐 신돈:...... 공민왕: 안성군만 잡아들이면 되겠느냐 신돈: 좌정승은 혐의가 많사옵니다 공민왕: 염제신은 깨끗한 사람이 아니냐 신돈: 사람과 짐승이 다른 것은 짐승은 느끼지 못하는 수치심을 사람은 느낀다는 점이옵니다. 그러기에 공자께서는 도둑질이 나쁜 지도 모르고 행하는 자가 나쁜 줄 알고 도둑질을 하는 자보다 더 나쁘다고 하였나이다. 소인이 그 동안 부원배들의 재산과 노비를 훔친 권신들에게 엄포만 놓고 전민변정도감으로 부르지 않은 것이 그 때문이옵나이다. 부원배들의 재산과 노비를 훔친 권신들이 수치심을 느낀다면 훔친 재산과 노비를 제 자리에 돌려놓았을 것이 아니옵니까 공민왕:..... 신돈: 전하. 전하의 신하들이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을 뿐 그 마음은 다 짐승과 같다면 어찌하시겠습니까 공민왕: 버려야지 신돈: 다 버리시겠습니까 공민왕:..... 신돈: 만에 하나 한 사람의 신하도 남지 않는다고 하면 그 땐 어찌 하시겠습니까 공민왕:(웃으며) 백성들이 있질 않으냐 신돈:(웃으며) 백성은 뭐라고 생각을 하십니까 전하 공민왕:.....(흠칫) 신돈: 만에 하나 백성들마저 전하를 따르지 않으면 어찌하시겠느냐고 물었나이다 공민왕:....... 신돈:..... 공민왕:(싱긋 웃으며) 그럼 내가 물러나야지 신돈:.....(눈물이 핑) 공민왕: 내가 바르게 대답을 했느냐 신돈:....... 그저 가만히 눈물만 흘리는 신돈. #전민변정도감. 앞 불안한 공철과 장정들. 원현의 눈치만 보고 있다. 원현: 걱정마시래도 그런다. 오늘 안으로 김용을 잡아들일 것이니 공철: 중전마마께서 쫓겨나시면 편조거사님인들 무사하겠소 원현: 전하께서 편조거사님을 철썩 같이 믿고 계시는데 무슨 걱정인가 여전히 불안해서 웅성거리는 공철과 장정들. 신돈이 온다. 원현: 거사님께서 오시네 우르르 신돈에게 몰려간다. 원현: 어찌 됐습니까 신돈:...... 원현: 지금 당장 김용일 잡아들일까요 신돈: 그 전에 각 부의 시랑들을 잡아다 심문을 계속하게. 구체적인 증거들을 수집한 다음에 김용일 잡아들여야 꼼짝을 못할 게 아닌가 원현: 거사님도 참. 김용이만 잡아들이면 다 밝혀질텐데 뭣하러 그런 수고를 합니까 공철:(장정들에게) 그것 보시게. 전하께서 김용일 잡아들이라는 허락을 하실 리가 없대도 원현:(신돈에게) 전하께서 김용을 감싸고 도시는 겁니까 신돈: 전하의 허락을 받긴 했지만 신중히 하자는 것이야. 죄가 있는 자는 정승 판사도 다 잡아들이라는 전하의 엄명이 계셨네 공철: 그게 정말입니까 원현: 내 그럴 줄 알았다니까 좋아서 환호성을 지르는 원현과 장정들. #예부의 앞 예부의 시랑이 나온다. 공철과 장정들이 예부시랑을 에워싼다. 흠칫 물러서는 예부시랑. #군부의 앞 장정들이 온다. 군부의 시랑이 안에서 나오다 원현 등을 보더니 도망을 친다. 반대편에서 기다리고 있던 원현과 장정들. 원현이 눈짓하자 군부 시랑의 허리춤을 잡아쥐는 장정들. 저항하는 군부 시랑을 끌고 간다. #전민변정도감의 안 화가 나서 들어오는 정세운. 서류를 뒤적이고 있는 신돈. 정세운: 이건 해도 해도 너무 하잖은가. 군부의 시랑을 잡아들인 이유가 뭔가 신돈: 좀 앉으시지요 정세운: 나는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러운 게 없는 사람이야 신돈: 소인이 어찌 군부판서대감을 의심하고 있겠습니까. 다만 도성의 치안을 담당하고 있는 군부의 시랑들이 부원배들의 재산과 노비를 빼돌렸다는 소문이 있기에 그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정세운:(버럭) 사정을 하려거든 똑바로 하시게. 전하의 손발이나 다름없는 나와 김용일 치고 나면 전하께서도 마음 편이 주무시질 못하실 게야 신돈:(바라본다) 정세운:.... 좀 무안해서 헛기침. 신돈: 군부판서께서 안성군대감을 두둔하시는 까닭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정이 많으신 분이니 마음이 아프시겠지요 정세운:(비로소 애원하며) 이 사람 편조. 김용일 살려주시게. 지난 날의 정리를 생각해서 신돈: 안성군대감에게 전해주시지요. 그 동안 몰래 빼돌린 부원배들의 재산과 노비를 제 자리에 돌려 놓으시라구요 정세운:(신음) 신돈: 그런 연후에 전하께 하직 인사를 고하고 낙향해서 조용히 사시라구요 #김용의 집. 사랑방 안(밤) 김용: 낙향해서 조용히 살라니. 이 놈이 끝까지 나를 죽이려고 드는군 정세운:...... 김용: 난 못하이 정세운: 그길 밖엔 자네가 살 길이 없네 김용: 지 놈은 얼마나 깨끗해서 정세운: 그게 무슨 소린가 김용: 편조란 놈이 남대가의 상인들을 협박해서 재물을 끌어모으고 있다네 정세운:(혀차는) 김용: 그뿐인 줄 아나. 조정 관리들이 전민변정도감에 끌려가는 게 무서워 편조에게 뇌물을 바치고 있다는 소문일세 정세운: 편조는 그런 사람이 아닐세 김용: 두고 보시게. 내가 그 놈의 비리를 다 끌어모아서 전하께 고해바칠 것이니 씨근대는 김용. 한심해서 가만히 한숨을 내쉬는 정세운. #남대가의 거리 평복을 한 김용이 두 눈을 희번덕거리며 온다. 어느 상전 앞으로 오더니 주위를 둘러보고 안으로 들어간다. #초선의 집. 안방 초선 앞에 무릎 꿇고 앉은 박서방과 박의처. 박의처: 모두 신바람이 났습지요. 전하께서 편조거사님을 대궐로 불러서 눈치보지 말고 다 잡아들이라고 하셨다고 합니다 초선: 그래? 박의처: 예, 마님 초선: 잘 됐구나 (웃으며 박서방을 본다) 무슨 언짢은 일이 있는가 박서방: 요즘 남대가 상인들의 눈치가 이상합니다요 초선:..... 박서방:(바싹) 편조거사님을 헐뜯는 소리가 자주 들립니다요 초선: 편조거사님 덕분에 마음 놓고 장살 하게 생겼는데 헐뜯는 소리라니 박서방: 그러게나 말씀입니다요 초선: 어리석기는 신음하는 초선. #남대가. 어느 상전의 방 안 김용을 주시하고 있는 상인들. 김용: 생각을 해보게. 전하께서 정승 판사들을 다 잡아들이시겠나. 백성들의 원망이 드높으니 불만을 가라앉히려고 편조를 내세워 사정을 하는 시늉을 하시는 거지. 그런 것도 모르고 편조란 자가 길길이 날뛰고 있으니 그 꼬락서니라니 힐끔 상인들을 둘러본다. 마른 침 삼키는 상인들. 김용: 내 말을 잘 듣게. 전하께서 어젯밤에 나를 은밀히 부르시더니 남대가의 상인들을 만나보라고 하시는 게야. 상인들은 왜요, 하고 여쭸더니 이 사람, 앞으론 국정을 잘 운영하려면 남대가의 상인들 힘을 빌려야 할게 아닌가, 하시는 게야. 요컨대 자네들 돈이 필요하다는 말씀이시지. 그래서 내가 편조는 어떡하구요, 편조란 자가 남대가의 상인들을 꽉 쥐고 있습니다, 했더니 그러니 자네가 나서서 내 뜻을 전하라는 게 아닌가, 이러시는 게야 눈치보는 상인들. 김용:(웃으며) 편조는 얼마 남지 않았네. 곧 전하의 버림을 받을 것이야 (정색하고) 그러니 편조의 비리를 수집해주게. 전하께서 편조를 버릴 비리를 찾고 계시니 #동. 앞 김용, 나온다. 눈을 부라리며 간다. #동. 안 왁자지껄 떠드는 상인들. 상인1: 말인즉 편조거사님을 모함하자는 게 아닌가 상인2: 그게 전하의 뜻이라면 협조를 해야지 상인1: 없는 비리를 만들어 내자는 겐가 상인2: 안 그러면 우리가 죽게 생겼는데 어쩌란 말인가 왁자지껄. #전민변정도감의 안 서류 뒤적이는 신돈. 진땀을 흘리고 앉은 군부 시랑을 노려보고 있는 원현. 신돈: 군부에서 하는 일이 뭡니까 군부시랑: 예. 도성 안팎의 치안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신돈: 허면 부원배들을 잡아들이던 날 도성 안팎의 치안 상태를 잘 파악하고 있었겠습니다 군부시랑: 예, 그렇지요. 그날 일어난 일들을 거기 다 소상히 적어 올렸습니다 신돈 앞의 서류를 가리키는 군부시랑. 신돈:(끄덕이며)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군부시랑:..... 마른침 삼키며 신돈을 바라본다. 신돈:(서류 덮으며) 정직하게 사실대로 기록을 해줘서 고맙습니다 #동. 앞 환하게 웃으며 나오는 군부시랑. 우르르 몰려드는 관리들. 군부시랑: 소문과는 다르더이. 어찌나 온화한 분이신지 원현:(안에서 고함치는) 호부의 시랑이란 자가 국고가 얼마나 비었는 지도 모른단 말이냐 찔끔하는 군부시랑. 놀래서 웅성거리는 관리들. #동. 안 원현:(서류치며) 네 놈이 빼돌린 재물이 여기 소상히 적혀 있거늘 나는 모르는 일이다? 두 눈을 부릅뜨고 버티고 있는 호부시랑. 원현: 어느 안전이라고 두 눈을 부라리고 있는 게냐 호부시랑에게 달려가는 원현. 신돈이 말리려는 듯 몸을 움직이는데 어느새 호부시랑의 뺨을 후려치는 원현. 신돈:....... 보일 듯 말 듯 한숨 같은. #동. 앞 뺨을 움켜쥐고 나오는 호부시랑. 우르르 몰려드는 관리들. 부들부들 떨고 있는 호부시랑. #동. 안 신돈:......(바라보는) 원현: 죄송합니다. 그 자가 눈을 부라리는 꼴을 보자 저도 모르게 신돈:..... 뭐라고 하려다 단념하듯 미소 짓는 신돈. #곤성전의 안 노국공주: 오늘은 누가 불려갔다고 하드냐 김상궁: 각부의 시랑들이 모두 불려갔다고 하옵나이다 노국공주: 안성군은 김상궁:......(슬며시 덕녕공주를 본다) 덕녕공주: 전민변정도감에 불려간 호부의 시랑이 뺨을 얻어맞는 모욕을 당했다고 합니다 노국공주: 그래요? (김상궁에게) 편조가 호부시랑의 뺨을 때렸다는 것이냐 김상궁: 그런게 아니옵고 편조거사님이 부리는 원현스님이 덕녕공주:(노한듯) 그 자의 신분이 스님이란 말이냐 김상궁:(숙이는) 덕녕공주:(노국공주에게) 도가 지나쳤습니다 노국공주: 관리들의 태도가 오만방자하니 그런 일이 일어났겠지요 덕녕공주: 중전께서는 관리들의 속성을 모르십니다. 일전엔 저들이 순순히 물러났지만 머잖아 다시 한번 전하께 대들겁니다 노국공주: 그러니 저와 편조가 김용부터 잡아들이라고 하는 겁니다 단호한. #강안전의 안 나란히 시립한 안도치와 최만생. 공민왕: 전민변정도감에 불려간 호부시랑이 뺨을 얻어맞았다? 최만생:(얼른) 예, 전하. 그 일 때문에 조정이 시끄러운 모양입니다 공민왕:(최만생 무시하고 안도치에게) 얼마나 통쾌한 일이냐 안도치:(활짝) 예, 전하 공민왕: 속들이 뜨끔하겠지 안도치: 예, 전하 최만생:..... 무안해서 어쩔 줄 모르는. #동. 복도 나오는 최만생. 방문이 닫히자마자, 공민왕:(안에서) 앞으론 자네가 대전을 맡아서 관리를 하거라 안도치:(안에서) 예, 전하 최만생:..... 고리눈이 되는 최만생. 그런 최만생의 눈치를 보는 이환관. #동. 안 공민왕: 도치야 안도치: 예, 전하 공민왕: 편조에게 이르거라. 서둘러 김용일 잡아들이라구 안도치: 예, 전하 신이 나서 활짝 웃는 안도치. #대궐의 길 김용: 서둘러 날 잡아들이라? 최만생: 몸조심하셔야겠습니다. 전하께서 소인은 방안에 들어오지도 못하게 하십니다. 하루 종일 안도치와 귓속말을 건네시며 김용: 염려말거라. 나도 앉아서 당하지만은 않을 것이니 대궐을 흘켜보는 김용. #법왕사의 뜰 신돈, 온다. 지효:(달려와서) 어서오시지요 편조거사님 신돈: 보우왕사님께서 날 찾으셨다기에 지효: 이리로 오시지요 법당으로 신돈을 안내하는 지효. #개태사의 뜰 곰순네가 죽을 끓여가지고 온다. 큰스님 방 앞에서, 곰순네: 덕운스님. 미음 끓여왔소 방문 열리더니 덕운이 손을 내젓는다. 곰순네: 억지로라도 떠드시게 해야지 덕운: 죽그릇을 집어던지실 텐데 손 내저으며 얼른 방문 닫는 덕운. 곰순네: 편조는 뭘 하고 있누. 큰스님이 다 돌아가게 생기셨는데 #동. 큰스님의 방 안 쪼그리고 앉은 큰스님. 덕운: 스님. 아예 굶어죽을 작정이십니까 큰스님:......(눈만 깜빡거린다) 덕운: 미음이라도 드셔야 편조 얼굴을 보고 돌아가실 거 아닙니까 큰스님:...... 덕운: 스님 큰스님:....... 여전히 눈만 어린애처럼 깜빡거리는 큰스님. #법왕사의 법당. 안 보우: 얼마 못사실 것이다 신돈:...... 보우: 곡기는 고사하고 물 한모금 안 드시니 월선스님께서 이미 입적하실 날을 정해놓으신 게 아니겠느냐 (한숨쉬고) 편조야 신돈:...... 보우: 월선스님께서 너에게 구족계를 내려달라고 부탁을 하셨다. 무슨 뜻인 줄 알겠느냐 신돈: 구족계라니오 보우: 큰스님의 뜻을 모르겠느냐 신돈:....... 보우: 입적하시는 날 네가 승복을 입고 있는 모습을 보고 싶으시다는 뜻이야 신돈:...... 충격 -. 보우: 월선스님의 소원을 들어드려야지. 그 분은 편조 너에게는 아버지 같은 분이 아니냐 #동. 앞 나오는 신돈. 저도 모르게 휘청하는 신돈. 지효: 조심하시지요 편조거사님 신돈:..... 멍한. 지효: 며칠 후에 보우왕사님께서 여러 고승을 모시고 편조거사님께 구족계를 내리시겠다고 하십니다. 소승이 따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합장하며 숙이는 지효. 신돈:...... 그 얼굴에 큰스님을 업고 산에 오르던 모습이 떠올랐다 사라진다. 신돈:.....스님. 어째서 저를 다시 불러들이려고 하십니까 괴로운. #개태사. 큰스님의 방 안 큰스님:...... 웅크리고 앉아 눈만 깜빡이는 큰스님. #강안전의 뜰 이인복, 들어온다. 강안전 전각을 바라보더니 가만히 한숨을 내쉰다. 그 위에, 기황후:(소리) 내가 너를 죽이지 않고 고려로 돌려보내는 이유를 잘 생각해보아라 #기황후의 처소(회상) 기황후: 하나는 고려가 나를 원에 공녀로 팔아 넘긴 나라긴 하나 내가 태어난 고국이니 내 손에 동족의 피를 묻힐 수 없고, 또 하나는 만에 하나 아유시리다라태자에게 반대하는 무리들이 반란을 일으킬 경우 고려의 도움을 얻고자 함이다 이인복:....... 기황후: 그런 이유로 내가 고려를 토벌해야 한다는 중론을 누르고 황제폐하께 고려왕의 오만방자함을 눈감아주시라고 간곡히 부탁을 드린 것이야 이인복:(싱긋) 기황후: 조공은 면하게 해주마. 쌍성총관부를 고려의 영토로 인정해주마 (부르르 떨며) 내 오래비들을 죽인 죄도 눈감아주마. 허나 또한번 압록강을 건너 원의 영토를 침공하면 고려땅에 풀 한 포기 남지 않을 때까지 짓밟아 버릴 것이야 이인복:(또 한번 싱긋) 기황후: 내 아들이 원의 황제가 되면 이인복:(긴장하는) 기황후: 그 때는 고려를 독립시켜주마. 그 때까지는 원을 상국으로 섬겨야 할 것이야 이인복: 황공하오나 황후폐하 기황후:(고개돌리며) 물러가거라. 내 마음이 변하기 전에 부르르 떠는 기황후. #강안전의 뜰(현실) 이인복:.........(한숨) 달려나오는 이환관. 이환관: 성산군대감. 이인복: 전하께 고하시게. 반가운 소식을 전하려고 단숨에 연경에서 달려왔다고 이환관: 예, 성산군대감 부리나케 안으로 달려들어가는 이환관. 이인복:..... 감격에 겨워 전각을 바라보는 이인복. #도첨의사사의 회의실 염제신:(들어오며) 우정승대감. 성산군이 연경에서 돌아왔답니다 이제현: 소식도 없이 염제신:(웃으며) 지금 전하를 뵈러 대전으로 들었다니 골치 아픈 문제들이 다 해결이 되게 생겼습니다 정세운: 성산군이 전하의 뜻을 거역하겠습니까 염제신: 아니지. 아니지요. 군부판서께서 성산군을 잘 모르니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겁니다 #강안전의 안 큰절을 올리는 이인복. 흐뭇해서 바라보는 공민왕. 절하고 일어나는 이인복. 안도치:(웃으며) 앉으시지요 성산군대감 이인복:(선채로) 전하. 소신이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공민왕: 죽을 죄를 졌다니오 이인복: 소신이 전하의 윤허를 받지 않고 기황후와 약속을 하였나이다 공민왕:(웃으며) 성산군이 국익에 반하는 약속을 하셨겠소이까 이인복:(엎드리며) 기황후가 전하께서 하신 일들을 모두 받아들이는 대신 고려의 연호를 따로 쓰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라하였나이다 공민왕:...... 이인복: 기황후를 따라 원의 황제를 알현했는데 원의 황제가 고려가 원의 연호를 쓰지 않고 따로 고려의 연호를 제정해 쓰면 팔십만 대군을 일으켜 고려를 침공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나이다. 신이 살펴보건대 원이 그만한 군사를 일으킬 여력은 없어 보였으나 공민왕: 잘하셨습니다 이인복:...... 공민왕: 전쟁을 피할 수만 있다면 그까짓 연호가 문젭니까. 당분간만 원의 연호를 쓰면 그만이 아닙니까 이인복: 성은이 망극하옵나이다 #대궐의 길 이인복이 온다. 기다리고 서있는 최영과 김첨수 등 젊은 무인들. 이인복: 오랜만에 돌아와보니 조정이 시끄러우이 최영: 전민변정도감을 두고 말들이 많습니다 이인복: 호부의 벼슬아치가 뺨까지 얻어맞았다는 소문은 나도 들었네 김첨수: 호부에서 빼돌린 부원배들의 재산이 엄청나게 많다고 합니다 이인복: 맞을만 했다 (최영에게) 자네 생각도 그런가 최영: 남도 지방에 출몰하는 왜구의 숫자가 부쩍 늘었습니다. 요동으로 도망친 여진족들이 홍건적과 손을 잡고 쌍성총관부를 다시 엿본다는 소문이 무성하구요. 그러니만큼 고려군의 숫자를 더 늘려야겠는데 나라 재정이 열악하니 이인복: 전하께서 굳이 편조를 시켜 전민변정도감을 세우신 것은 그 뜻이 아닌가 최영: 그렇습니다 이인복: 군부의 여론이 그렇게 돌아가고 있는 모양이군 김첨수: 편조의 신분이 못마땅하긴 하지만 하는 일은 옳은 것 같습니다 이인복: 으음 생각하다 힐끔 떨어져 서있는 이성계를 본다. 이인복: 자넨 이성계가 아닌가 이성계: 예, 판삼사사 대감 허리굽힌다. 이인복: 개경에 계시는가 최영: 전하께서 친히 이자춘을 부르시어 도성밖에 집 한 채를 하사하시고 대중대부 사복경을 삼으셨습니다 이인복:(이성계에게) 부친께서도 도성에 살고 계신단 말씀인가 이성계: 예, 판삼사사 대감 이인복: 군인이 전장에 나가 있어야지 이성계:...... 여전히 떨어져 서있는 이성계. #도성 밖. 이성계의 집. 마당 이성계, 들어온다. 마루에서 대궐 쪽을 바라보고 있는 이자춘. 이성계: 다녀왔습니다 아버님 이자춘: 병부판사께선 오늘도 아무 말씀이 없으시더냐 이성계: 쌍성총관부로 돌아가시긴 글른 것 같습니다 이자춘: 으흠 이성계: 아버님께 쌍성총관부를 맡길 리가 없지요. 조정에선 저흴 믿지 못하는 눈칩니다 이자춘: 무슨 일이 있어도 고려에 충성을 바치거라. 그게 우리가 살아남는 길이야 #이제현의 집. 사랑방 안(밤) 이제현: 자네 생각은 이인복:..... 이제현: 말씀을 해보시게 이인복: 먼저 우정승대감의 생각부터 말씀을 해주시지요 이제현:(본다) 이인복:(마주보는) 이제현: 전하께서.....우릴 다 버리실 생각이신가보네 이인복:..... 이제현: 허나 하시는 일이 그르지 않으니 이인복:(신음) 이제현: 자네 생각은 이인복: 아무리 옳은 일이라도 그 절차와 방법에 하자가 없어야 합니다. 편조가 깨끗한 인물이기는 하나 노비의 자식입니다. 편조의 신분이 그러하면 죄를 지은 자들이 승복을 하지 않을 것이니 전하께서 결국은 수많은 정적들에게 둘러싸이시게 될 것입니다. 그것만은 막아야지요 이제현: 전하께서 우릴 다 버릴 각오를 하고 계시다고 하질 않았는가 이인복: 그리되면 전하의 보윈들 안전하겠습니까 이제현:(본다)...... 이인복: 제가 앞장을 설 터이니 우정승대감께서 도와주셔야겠습니다 이제현: 으음 괴로운 -. #초선의 집. 앞(밤) 대문이 열린다. 박서방:..... 보더니 황급히 허리굽힌다. 이인복: 편조거사를 만나러 왔네 박서방: 안으로 드시지요 성산군대감마님 #동. 안방(밤) 초선: 누가 왔다고 박의처: 판삼사사 대감이라고 하였습니다 초선:(번쩍) #동. 별채의 방 안(밤) 방 안을 둘러보는 이인복. 신돈: 누추하지만 좀 앉으시지요 이인복:(앉으며) 그만한 지위에 오르셨으니 번듯한 집 한 채라도 지어서 기거를 하셔야 할 게 아닙니까 신돈: 말씀을 낮추시지요 이인복:(본다) 신돈: 소인은 천하기 그지없는 이인복: 내 앞에서는 몸을 낮추지 않아도 되네 신돈:.....(보더니 빙긋) 이인복: 요즘 고려의 대외 사정이 좋질 않네. 원에서는 덕흥군을 앞세워 고려를 침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네. 그런 것을 겨우 기황후를 설득해서 무마를 시켰네만 고려의 사정이 저희들에게 유리하다 싶으면 언제 대군을 보낼 지 모르는 형편일세 신돈:..... 이인복: 무신의 난 때 얼마나 많은 고려의 왕들이 암살을 당하고 쫓겨났는지 아시는가? 경우에 따라선 금상이라고 해서 변을 당하지 말라는 법이 없네 신돈:..... 이인복: 그만 중단하시게. 전하의 보위가 더욱 튼튼해지면 그 때 가서 김용이도 잡아들이고 권신들이 부당하게 차지한 토지를 신돈: 성산군대감 이인복:...... 신돈: 오늘 하지 못한 일을 내일 하기는 더욱 어려운 법입니다. 오늘 전하께서 물러나셨는데 내일 더 강경히 하시기는 더욱 힘든 일이 아닙니까 이인복:(신음) 신돈: 저는 성산군 대감이 연경에서 돌아오기를 학수고대하며 기다렸습니다. 성산군대감이라면 전하의 뒤를 든든히 받쳐주실 것이기에 이인복: 전하를 위해서 자넬 만나러 온 것일세 신돈:..... 이인복: 조정대신들이 다 들고 일어나면 전하께서 지시게 돼 있어 신돈: 그 전에 저를 먼저 죽이셔야 되겠지요 이인복:....... 신돈: 제가 죽고 난 후에 전하께서 한발 뒤로 물러나셔도 늦지 않을 겁니다 이인복: 기어코 김용일 잡아들이겠단 말인가 신돈:...... 이인복: 김용 같은 사람을 하나 잡아 죽인다고 나라가 바로 설 것 같은가. 전하께서 보위를 튼튼히 하셔야 외침을 막고 그런 연후에 잘못된 제도를 하나 하나씩 바로 잡고 종당엔 벌떡 일어나는 신돈. 신음하는 이인복. #동. 별채 마당(밤) 방문을 와락 열고 나오는 이인복. 초선이 살며시 자리를 피해준다. 신음하며 방을 노려보는 이인복. #동. 별채의 방 안(밤) 버티고 서있는 신돈. #동. 대문. 앞(밤) 나오는 이인복. 배웅하는 박서방. 이인복: 저부터 죽여야 한다? #동. 별채의 마당(밤) 안에서 나오는 신돈. 초선: 이 밤중에 어딜 가시려구요 신돈:..... 초선: 법왕사에 가십니까 신돈: 지효스님한테 말씀을 들으셨습니까 초선: 정말 구족계를 받으려고 하십니까 신돈: 큰스님의 소원이시니 초선:(비명처럼) 구족계를 받고 개태사에 내려가시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십니다 신돈:(바라보는) 초선: 이번에 내려가시면 큰스님께서 당신이 쓰시던 발우와 가사를 거사님께 물려주실 겁니다. 그걸 받으시고도 다시 속세로 내려오실 수가 있을 것 같습니까 신돈: 큰스님의 다비는 제 손으로 치러드려야지요 초선:(눈물이 터질 듯) 전하와 한 약속은 다 어찌하구요. 중전마마는요. 거사님만 바라보는 백성들의 염원은 다 어찌하시구요 신돈: 보살님 (웃으며) 큰스님을 떠나보내고 나면 나는 돌아올 겁니다 초선:...... 신돈:..... 또 한번 미소지어 보이고 가는 신돈. 바라보는 초선. 별채로 나서려는 신돈. 초선: 편조거사님 신돈:......(멈추는) 초선: 한번만 저를 안아주고 가세요 신돈:(본다)...... 초선: 다시는 속세로 돌아오지 못하실 겁니다. 그러니 이승에서의 인연은 오늘이 마지막이 아닙니까 눈물을 참고 있는 초선. 신돈:.....(아득한) 이윽고 고개를 돌리는 초선. 눈물이 주르륵. 그 초선을 감싸안는 신돈의 팔. 몸을 던지듯 신돈의 품에 안기는 초선. 그런 초선을 안아주는 신돈. 초선: 이렇게 될 줄 알았습니다. 이승에서의 인연은 이 뿐인줄 알았습니다 초선을 힘주어 안아주는 신돈. #전민변정도감. 앞 안에서 나오는 원현. 기다리고 있는 공철과 장정들. 원현:(사뭇 비장하게) 가세 앞서는 원현. 그 뒤를 따르는 공철과 장정들. #법왕사의 법당. 안 보우와 고승들이 바라보고 있다. 꿇어앉은 신돈. 머리를 풀어 길게 늘어뜨리고 있다. 보우가 가위를 들어 신돈의 머리카락을 자르기 시작한다. #도성의 길 원현을 선두로 가고 있는 공철과 장정들. 백성들이 소문을 듣고 달려와 하나둘씩 그 뒤를 따르기 시작한다. #법왕사의 법당. 앞 탑. 두 손 모아 빌고 있는 초선. #동. 법당. 안 독경을 하고 있는 고승들. 보우가 지켜보는 앞에서 지효가 신돈의 팔뚝 위에 연비를 하고 있다. 신돈의 살이 탄다. #김용의 집. 앞 몰려오는 원현과 장정들. 따르던 백성들 멈춘다. 대문을 막아서고 있는 관리들. 호부시랑이 두 팔을 벌려 막고 선다. 몽둥이를 움켜쥐는 공철과 장정들. 그러자 대문이 열리고 쏟아져 나오는 군졸들. 움칠하는 장정들. 물러서지 말라고 고함치는 원현. #법왕사의 법당. 안 삭발하고 꿇어앉은 신돈. 수계식이 차례차례 진행된다. #동. 마당 법당을 향해 무릎 꿇고 열심히 독경하는 초선의 모습. #김용의 집. 앞 와아 함성을 지르는 백성들. 김용이 안에서 나온다. 두 손을 번쩍 쳐드는 김용. 기세 좋게 원현과 백성을 향해 대성일갈. 원현이 김용을 가리키며 소리친다. 우르르 몰려가는 공철과 장정들. 군졸들이 막으려고 하자 김용이 제지한다. 흠칫하는 공철과 장정들. 김용이 호기를 부리며 앞서간다. #법왕사의 법당. 안 지효가 신돈에게 승복을 입혀주고 있다. #도성의 길 김용이 온다. 에워싼 원현과 공철과 장정들. 백성들이 욕설을 퍼부으며 김용에게 닥치는대로 던진다. 씨익 웃어대며 호기를 부리며 가는 김용. #법왕사의 마당 승복을 입은 신돈이 법당에서 나온다. 기다리고 서있는 초선. 초선:..... 신돈:..... 초선:.... 초선이 합장한다. 마주 합장하는 신돈. #순군옥의 앞 김용을 에워싸고 오는 원현 등. 안에서 옥리들이 달려나와 원현 등을 막는다. 멈추는 원현. 김용에게 굽실거리며 모셔가듯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는 순군옥의 옥리들. 순군옥의 문이 닫히자 다시 욕설을 퍼부으며 돌을 집어던지는 백성들. #강안전의 뜰 이환관이 달려나온다. 사직서를 받쳐들고 기다리고 서있는 승선. 울상이 돼서 받아드는 이환관. 급히 안으로 들어간다. #동. 복도 들어오는 이환관. 최만생:(힐끔보더니) 누구의 사직서냐 이환관: 상호군 김원명 대감의 사직섭니다 최만생:(싱긋 웃고 안에) 전하. 응양군의 상호군이 사직서를 올렸사옵나이다 #동. 안 책상 위에 수북히 쌓인 사직서. 안절부절 못하는 안도치. 공민왕: 김원명이 사직서를 올렸다 최만생:(밖에서) 어찌하올까요 전하 공민왕: 들여오너라. 다 받아줄 것이니 #도성의 문. 앞 성문이 열리고 평복을 입은 김원명, 나온다. #영수전의 안 명덕태후: 조정대신들이 줄줄이 사직서를 올리고 있단 말이냐 김상궁: 예, 마마. 사직서를 올린 대신들이 모두 도성 밖으로 나가고 있다고 하옵나이다 명덕태후: 원, 저런 #도성의 문. 앞 성문이 열린다. 경천흥이 꺼덕거리고 나온다. #강안전의 안 공민왕: 이번엔 누구의 사직서라 하더냐 최만생:(밖에서) 좌정승대감의 사직서라고 하옵나이다 공민왕:(흠칫) #동. 복도 최만생: 어찌하올까요 전하 대답없다. 최만생: 전하 공민왕:(안에서) 성산군을 들라 해라 #동. 안 공민왕: 아니다. 편조를 들라해라 최만생:(소리) 예, 전하 공민왕: 아니다. 우정승에게 전하거라. 한 사람씩 사직서를 들여보내지 말고 우정승께서 한꺼번에 다 받아가지고 들어오시라고 해라 최만생:(밖에서) 전하. 우정승대감의 사직서도 방금 도착을 하였나이다 공민왕: 우정승까지 숨이 막히는. #도성의 문. 앞 이제현이 나온다. 하늘 보고 긴 한숨 내쉬는 이제현. #선경전의 안 공민왕:..... 노려본다. 이인복, 정세운 그리고 몇 사람만이 허리를 굽히고 서있다. 이인복을 노려보는 공민왕. 숙인채 꼼짝 않는 이인복. 공민왕: 이것이 성산군의 생각입니까 이인복:..... 공민왕: 그렇다면 나를 잘못 보셨소이다 이인복:.... 정세운: 전하 공민왕: 좋습니다. 모두 그만 두겠다고 하니 내가 편조에게 우정승의 자리를 줄 겁니다 버럭 내지르고 부르르 떠는 공민왕. <신돈 36회 끝>